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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링엄이 지단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이유축구 이야기 2023. 8. 13. 18:55728x90반응형SMALL
레알 마드리드가 1500억 원에 육박하는 어마무시한 이적료를 지불하며 잉글랜드 국적의 주드 벨링엄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이 금액은 레알 마드리드 역대 이적료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금액인데, 벨링엄 선수는 이제 갓 20살이 된 어린 선수입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단의 등번호였던 5번을 물려받았는데 사실 입단식 이전만 하더라도 현재 22번인 뤼디거 선수가 5번으로 등번호를 변경하고 벨링엄이 22번으로 부여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를 대표하는 등번호가 22번이기 때문이었죠. 벨링엄이 22번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상징하는 4번, 중앙 미드필더를 상징하는 8번, 공격형 미드필더를 상징하는 10번을 모두 더한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세 개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등번호로 대변하는 것입니다.
10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10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드리블입니다. 벨링엄 역시 뛰어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합니다. 그는 22-23 시즌에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드리블을 성공시켰으며 7대 리그를 통틀어 드리블 성공률 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드리블 실력이 뛰어난 것에 비해 굉장한 장신이라는 점입니다.
반응형단신인 선수들은 몸의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몸싸움에 쉬이 밀리지 않을 수 있고 안정적으로 자세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움직임에 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월드클래스 드리블러에는 단신 선수들이 많습니다. 단신 선수들의 대표적인 기술이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고 상대의 반응을 유도하다가 상대가 다리를 뻗으면서 무게 중심이 무너지는 순간 빠른 반응속도를 활용해 상대를 제쳐내는 기술이죠. 하지만 벨링엄은 상대의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긴 다리를 활용해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먼저 치고 나갑니다. 워낙 다리가 길어서 다리를 쭉 뻗으면 수비수가 예측한 타이밍보다 반박자 빠른 드리블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드리블 시에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수비수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올 때 공의 이동방향을 살짝만 바꿔주면 상대는 달려가던 관성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멈추지 못합니다. 무게중심에 대한 이해도도 뛰어나서 드리블을 할 것처럼 페이크 모션을 취해서 상대의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든 뒤에 반대쪽으로 드리블하는 것 또한 그의 특기 중 하나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수비수가 이동하다가 두 다리를 동시에 땅에 딛는 순간에 상대를 제쳐내기도 합니다. 수비수가 두 다리를 함께 땅에 딛는다는 것은 속도를 늦춘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포착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속도가 느려진 상대는 벨링엄 선수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이번엔 패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전천후 미드필더인 벨링엄은 당연히 미드필더의 핵심 요소인 패스능력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22-23 시즌에 도르트문트에서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성공시킨 선수가 벨링엄입니다. 한데 사실 그의 특기는 전진패스가 아니라 원터치 힐킥 패스입니다.
드리블 실력이 뛰어난 벨링엄은 당연히 많은 압박을 받게 되는데 그는 지단처럼 화려한 탈압박 능력을 선보이진 않습니다. 그저 원터치 힐킥 패스로 동료에게 패스를 내어줄 뿐입니다. 또한 벨링엄의 힐킥 패스는 노룩 패스이기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선 어디로 패스가 향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패스를 내주는 본인도 동료의 움직임을 살필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애초에 벨링엄은 동료의 움직임을 주시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경기장을 꿰뚫어보는 능력과 공간 이해도가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그 능력에 대해 알아볼까요.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그는 경기장 전역을 누비며 4번과 8번의 역할도 소화하는 선수입니다만 그저 단순하게 빌드업 상황시에는 후방에 위치하고 공격 시에는 전방에 위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기본위치는 항상 팀의 중앙, 팀의 허리입니다. 우리 팀이 빌드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낮은 위치로 내려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될 때에만 후방으로 이동합니다.
때문에 그가 빌드업에 가담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항상 화면 밖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빌드업이 마무리되면 어김없이 중앙으로 이동하죠. 그는 공격과 수비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중앙에 위치하다가 상황에 따라 이동하고 상황이 마무리되면 다시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판단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면 중앙에만 위치하다가 수비도 못하고, 공격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벨링엄은 경기장을 꿰뚫어보는 능력과 공간 이해도가 대단히 뛰어난 선수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특히나 공격 전개 시에 두드러집니다. 그는 공격 시에도 공격 숫자가 충분하거나 자신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되면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세컨볼을 노립니다. 벨링엄은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때문에 무리하게 공격에 가담하는 것보다 세컨볼을 획득해서 한 번 더 공격 기회를 획득하는 것이 팀에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벨링엄의 지능적인 오프 더볼 능력만으로도 상대팀 입장에선 충분히 위협적인데 이 선수 게다가 양발잡이입니다. 양발 슈팅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손흥민 선수를 통해 다들 체감하셨을 테니 별다른 설명을 하진 않겠습니다.
SMALL자 이제 마지막으로 수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벨링엄은 뛰어난 활동량을 기반으로 중원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수비에 가담합니다. 22-23 시즌에 도르트문트에서 가장 많은 수비를 성공시킨 선수가 바로 벨링엄입니다. 수비수들보다 수비 성공 횟수가 많습니다. 그가 이토록 수비력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수비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입니다. 공을 소유한 선수들은 항상 상대의 수비 범위를 예상해서 움직입니다. 저 선수가 다리를 뻗었을 때 어디까지 닿겠구나를 항상 생각하죠. 한데 벨링엄 선수는 다리가 길고 다리를 뻗는 수비에 능하기 때문에 상대 선수의 예상을 뒤엎고 공을 탈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 지금까지 2003년생 아이브의 안유진 씨와 동갑인 주드 벨링엄 선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완벽한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입니다. 부족함이 없어요. 대다수의 유망주들이 화려함으로 주목받는 것에 비해 벨링엄은 화려함이 아니라 성실함과 두뇌로 주목받는 선수라서 더더욱 기대가 되는 선수입니다. 그가 과연 지단의 등번호를 등에 업고 지단만큼 위대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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